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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위대한 순간,그래도 살아있으라

여행의 위대한 순간, 그래도 살아있으라 오지를 중심으로 세계 140여 개국 이상을 여행한 경제인 도용복. 그는 70이 넘은 지금은 ‘오지 전문강사’로 유명하다. 국무총리실을 비롯한 행정·공공 기관에서, 전국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며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이번에 출간한 책 《여행의 위대한 순간, 그래도 살아있으라》에서는 무엇보다 저자가 직접 체험하면서 찍은 사진이 돋보인다. 동티모르 리히오성당에 들러 아이들에게 신발과 공을 전달하는 모습이나, 수확철이 되면 아이들까지 학교를 쉬고 목화 따는 일을 돕는 타지키스탄 아이들의 모습, 파미르고원 일대에서 떠돌이 유목생활하는 고단한 삶속에서도 빛나는 아이들의 미소, 한 끼 식사를 걱정해야 할 처지이지만 해맑게 웃고 있는 시에라리온 아이들의 순진한 모습, 온통 돌덩이로 둘러싸인 콩고 강가에서 10살 남짓한 어린아이 손에 쇠망치가 들려 있는 모습 등…. 서양제국의 지배, 탄압의 역사를 지닌 아시아, 아프리카 땅이지만 참혹한 전쟁과 살육, 독재, 가난 속에서도 활짝 웃고 있는 아이들 웃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본문에는 해발 4,200미터 고지까지 오르며 레닌봉을 바라보는 ‘파미르고원 체험기’를 담고 있어 주목된다. 저자는 아마존 정글이나 아프리카 위험지역에 떠나기 전 유서를 써놓아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고산증에 시달리며 끝없이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는 정신이 아름답다. 무엇보다 가까운 이웃나라지만, 관심 밖에 있었던 스리랑카, 타이완, 동티모르, 타지키스탄에 대한 새로운 발견의 기회를 제공한다. 마르코 폴로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이라고 예찬한 나라 스리랑카에서 시기리야 유적지가 우릴 기다린다. 2천 년 넘는 삼나무숲의 신비로움으로 유명한 아리산 일출보다 민박집주인의 친절에 더 이끌린다고 저자는 언급한다. 동티모르 대사관에서 날아온 초청장으로 관심을 갖게 된 나라지만, 우리나라 강원도보다 작은 섬나라 동티모르에 대한 ‘악어와 소년’ 전설이야기도 흥미롭다. 또한 유목민의 나라, 국제 마약거래의 중간기지이자 입국허가증 없이는 여행이 불가능한 타지키스탄에 대한 흥미도 배가된다. 또한 먼 이웃, 아프리카에 대한 애정의 시선이 돋보인다. 과거 유럽제국의 침입으로 노예무역과 식민지 교역이 성행했던 기니만 해역에 위치한 나이지리아, 시에라리온, 가봉, 카메룬, 민주콩고. 더 나아가서 고대해상제국의 총아였던 카르타고의 본고장, 튀니지를 다루고 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7천여 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아프리카 최대 갤러리 니케미술관을 방문하여 아프리카예술의 진수를 맛본다. 라고스의 인기명소인 리키보호센터에서 정글트레킹과 30미터 나무 위 오두막집 체험과 낭만을 즐기기도 한다. 한편 평생 아프리카 흑인들을 위해 헌신한 슈바이처 박사가 몸담던 가봉에 위치한 랑바레네 병원도 방문하여 위대한 성자, 슈바이처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행이 카메룬에 이르면 아프리카 원시부족의 체취를 맛볼 수 있다. 카메룬산 화산폭발로 기암괴석을 이루는 이데나오마을을 방문하기도 하고 피그미부족이 거주하는 강을 거슬러오르는 새벽장면의 고요함이 여행 전체를 장악한다. 또한 아프리카 부족장의 권위와 자부심을 엿볼 수 있는 옛 부족장의 전통마을 반준왕국을 사진과 더불어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머리는 유럽에, 가슴은 아랍에, 발은 아프리카에’라는 말로 대변되는 튀니지를 끝으로 아프리카 여행도 막을 내린다. 수십 개 골목을 따라 형성된 모스크와 재래시장 수크. 또한 로마와 한니발의 전쟁으로 유명한 카르타고의 추억이 어린 비르샤언덕, 튀니지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지중해 해안가에 자리한 ‘시디 부 사이드’의 멋진 조망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러나 저자는 2011년 폭발한 재스민혁명을 떠올리며 아랍지역에서 가장 먼저 민주화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튀니지에 격려를 보내기도 한다. 저자가 카메라 앵글에 담은 사진 중에는 지금의 힘겨운 현실에 눈물 흘리는 참혹한 장면은 어디에도 없다. 마치 자신의 가난하고 궁핍했던 어린 시절, 음악가가 되려는 꿈을 포기하지 않던 그가 70을 넘긴 나이에 푸치니의 (나비부인(에 출연하여 노래부르며 자신의 꿈을 실현하듯, 책속에서 버려진 아이들에게 아직 희망이, 미래가 있음을 끊임없이 일깨워주고 있다. 사진에서 가난한 아이들이 함박미소를 머금고 있다. “아이들이 희망이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